2025년 5월 5일, 대한민국은 제103회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기념 행사들을 개최한다.
어린이날은 단순한 공휴일을 넘어, 아이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되새기고,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응원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날이다. 특히 2025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인 대면 행사 복귀와 함께, 환경, 권리, 기술 등 미래지향적인 요소가 다채롭게 반영되어 한층 풍성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서울시를 비롯한 주요 광역시는 물론, 중소도시와 농산어촌 지역까지 포함된 전국적인 어린이날 기획은 아이들에게 놀이터 그 이상의 의미를 제공한다. 먼저 서울에서는 ‘서울 어린이대공원’과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테마별 축제가 펼쳐진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이날 하루만큼은 입장료를 면제하며, ‘어린이 리더십 체험관’, ‘어린이 기자단 촬영존’, ‘우리들의 상상정부 만들기’ 등 창의성과 사회성을 높이는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인공지능 체험관에서는 유치원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대화형 AI 로봇과의 대화 체험, 코딩 블록 놀이, 자율주행차 모형 작동 시연이 운영된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오전에 열리는 ‘어린이 문화 퍼레이드’가 메인 이벤트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가 각자의 지역문화, 전통놀이, 역사적 상징을 반영한 복장과 퍼포먼스로 참여하는 이 퍼레이드는 교육적 가치와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서울숲’에서는 ‘생태 놀이터’가 설치되어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다양한 탐방 활동이 진행되며, ‘나무 친구 찾기’, ‘곤충 관찰 일기’, ‘도시 속 미니 습지 만들기’ 등 실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또한 서울시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시내 50개 도서관과 연계해 ‘메타버스 어린이 체험관’을 운영한다. 이 공간에서는 도서 기반 VR 체험, 가상 세계 탐방, 어린이 창작물 전시 등이 진행되며, 외곽 지역 어린이들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참여할 수 있다. 더욱이 ‘서울 어린이 포럼’이 올해 첫 출범하는데, 이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초등학생 시민 대표단이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는 자리로,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어린이의 의견이 실제 행정에 반영되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서울의 각 구청은 자체 행사로 어린이 플리마켓, 친환경 놀이기구 체험, 부모와 함께하는 전통 놀이 마당, 드론 체험장 등을 운영해 지역 기반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어린이날은 총 400여 개의 개별 프로그램이 운영될 만큼 역대 최다 참여형 축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소통하는 열린 날로 진화하고 있다.
전국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어린이날 행사들이 대규모로 펼쳐지고 있다. 부산은 해양 도시답게 ‘광안리 해변 어린이 축제’를 중심으로 바다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강화되었다. ‘모래성 조각 페스티벌’은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직접 디자인한 모래 조형물을 경연하고 전시하며, ‘연날리기 국제 대회’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참가자들이 전통 연을 소개하고 직접 시연한다. 특히 올해 부산행사는 ‘어린이 바다학교’라는 테마로 진행되어, 어린이들이 직접 조타 체험, 해양 쓰레기 수거 체험, 해상 구조 훈련 등을 해볼 수 있는 종합 해양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대구는 ‘가족과 함께하는 어린이 문화예술제’로 공연 중심의 행사를 준비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어린이 뮤지컬 갈라콘서트, 국악 기반 인형극, 가족 댄스 경연대회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이와 함께 ‘어린이 감정 미술치료 체험존’에서는 심리치료사와 함께하는 색채 놀이, 점토 조형 체험, 감정 표현 카드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광주는 ‘빛고을 어린이 평화축제’라는 이름 아래, 5.18 민주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평화와 인권 교육을 강조한 프로그램이 중심이 된다. ‘나의 권리를 그려요’ 캠페인에서는 직접 그림이나 글로 표현한 아동 권리 선언문을 대형 전시물로 제작하여 전시하고, ‘어린이 평화도서관’에서는 세계의 어린이 인권 이야기를 담은 도서 낭독 및 연극 공연이 이어진다. 제주도는 환경과 생태를 주제로 ‘어린이 생태캠프’를 운영하며, 한라산 생태학교, 오름 트레킹, 해녀 체험, 해조류 관찰 등 제주 자연과 밀착된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족단위 참여가 활발하다. 이와 함께 ‘제주 전통문화 체험관’에서는 제주 민속놀이, 조랑말 먹이주기, 감귤잼 만들기 등의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체험이 제공되어 타 지역 관광객의 발길도 끌어모은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산악지역 특성을 반영해 ‘숲속 가족 미션 투어’가 인기를 끈다.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트레킹 코스에서는 가족이 팀을 이뤄 정해진 자연미션을 수행하고 기념 배지를 수여받는다. 이 밖에도 각 시도 교육청은 학교와 연계해 어린이날 전후 1주일을 ‘어린이 권리 주간’으로 지정하고, 교내 체험학습, 영화 상영, 또래 토론회 등을 진행해 어린이날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다. 국립박물관과 미술관들은 어린이날 당일 무료 입장과 함께, 특별 기획 전시와 도슨트 투어, 실시간 온라인 중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 소도시와 농산어촌 마을들에서도 작은 도서관, 주민센터, 초등학교 운동장을 활용한 마을형 어린이 축제가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어, 어린이날이 도시 중심 행사에서 전국적 연대의 날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2025년 어린이날은 단순한 놀이와 기념의 차원을 넘어 ‘미래의 시민’으로서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도가 본격화된 첫 해로 평가받는다. 특히 환경, 기술, 권리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어린이날 행사에 깊숙이 스며들며, 아이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배우고, 자신에 대한 자각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환경 분야에서는 전국 17개 시도 모두가 환경 관련 체험부스를 마련했고, 서울 마포구의 ‘어린이 에코챌린지’, 경남 창원의 ‘제로웨이스트 어린이 캠프’, 충북 제천의 ‘숲속 곤충마을’ 등은 친환경 실천과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교육 측면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 판교, 송도, 대전 대덕특구 등 기술 산업 중심지에서는 ‘어린이 AI 콘퍼런스’, ‘코딩 마라톤 대회’, ‘메타버스 가상 박람회’ 등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이 디지털 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윤리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 권리 측면에서는 ‘대한민국 어린이헌장 다시쓰기 캠페인’이 전국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각 지역 교육청은 우수작을 모아 헌장 개정안으로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린이날을 단순한 유희의 날이 아니라, 어린이가 자신을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참여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과정을 사회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 어린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어린이날 행사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문화·복지 데이터를 분석하여 중장기 아동 정책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 격차 해소, 돌봄 사각지대 해소, 체험 격차 문제 등에 대한 실질적 정책 대응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2025년 어린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놀이, 교육, 환경, 예술, 기술, 가족, 지역이 어우러지는 이 하루는 아이들에게 평생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자,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